26화 섣달 그뭄전
「헤에, 그럼 저 녀석 감기 나은거네」
「응. 오빠 건강 발랄하게 일 갔어」
「오ー, 그건 다행이다!」
오빠가 출근한 뒤에 치나츠와 치아키를 일으켜, 네 명이서 아침을 먹으면서 대화에 활기를 띄운다.
우리들의 머리 위에는 바보털이 서 있다. 평소라면 양치질을 하고 몸가짐을 정돈한 뒤에 아침 식사지만, 오늘은 갈아입고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했다. 머리만은 좀 더 이대로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후후후, 잠버릇 빙고 갖춰졌어……핑크와 골드, 실버, 브라운의 바보털 빙고.
이 얼마나 기념해야 할 일일까. 빙고빙고, 모두 모여 빙고♪ 와ー♪
무심코 노래하고 싶어지지만 그걸 해 버리면 언니의 위엄이 손상되어 버리므로 그건 그만둔다.
아침을 먹고, 역시 바보털은 고치기로 했다. 물로 머리카락을 적셨을 때 바보털이 푹 수압에 져서 넘어지는 순간은 슬펐다.
――아아, 안녕, 내 바보털……
그런데, 바보털을 고친 뒤에는 공부의 시간이다. 전처럼 내가 세 사람한테 어드바이스를 하면서 진행해 내간다. 가르칠 때 어깨와 어깨가 만나는 순간은 행복이다.
「치하루, 여기 몰라」
「응응, 어디어디」
「하루, 여기 잠깐 봐줘」
「응응, 좋아좋아」
「……」
「치후유? 어딘가 모르는 곳은?」
「없슴다」
「오ー, 역시 치후유네……」
그렇지만, 조금 슬프네에. 치아키와 치나츠는 물어 주는데 치후유는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푼다. 굉장히 훌륭하고, 굉장히 자랑스럽지만.
의지했으면 좋겠는데에.
이 감정은 몇 번이나 생각한다. 자매에게 의지받고 싶다, 그렇지만 성장은 해 줬으면 한다. 이 감정은 모순되어 있겠지
「어라? 여기는……」
치후유의 거침없이 움직이고 있던 예쁜 신의 오른손이 멈춘다. 이건 언니의 돌보기 찬스.
「아, 거기 모르는거야?」
「네임다」
「저기 말이지, 거기는」
「아, 아니 스스로 하겠슴다」
「그, 그렇구나……」
「……」
성장할 찬스를 빼앗는 건 안돼. 추욱……왠지 단번에 기운이 없어졌다. 그렇지만, 여동생이 스스로 노력하겠다는 훌륭한 모습을 보였으므로 건강해진다.
「그, 하루 언니……치후유가 스스로 이 문제 풀테니까, 그러면 채점 같이 해 줬으면 함다……」
「……으응, 하자! 모든 문제 다 하자!」
「아, 아니, 그건 좀……」
역시 치후유구나 하고. 내 심경을 알고 절묘한 안을 제안해 주다니 기쁘네. 이런 접하는 방법도 있구나.
이 후, 서로 정답지가 있었으므로 채점이 몇 초 만에 끝나 조금 어딘가 부족함을 느꼈다.
◆◆
시간이 지나, 4시 무렵. 이제 곧 오빠가 돌아온다. 그런 중에 우리들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공부의 숨돌리기나 단순한 오락을 겸해 최근의 자매 붐인 4시에 재방송을 하고 있는 드라마다.
독설 천재 집사와 아가씨의 추리물. 쇼파에 자매 나란히 조용히 그저 화면을 볼 뿐. 너무 재미있어서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오오ー, 그런 건가……」
치아키만은 가끔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방에는 텔레비전의 소리뿐. 드라마가 끝나면 단번에 장소의 고요함이 사라진다. 그리고, 재미있었다고 전원이 여운에 잠긴다.
「이야ー, 역시네. 나도 저런 결말이 된다고 예상도 하지 못했어」
「나는 전부 알고 있었다고. 처음부터 이상했으니까」
「거짓말쟁이」
「거짓말이 아니고, 시작하고 1분만에 알았고」
「아니, 범인이 나오기 시작한 거 시작하고 나서 5분 정도 지나고 나서인데?」
「……」
치나츠와 치아키가 신속히 서로 감상을 말한다, 부러워. 나는 치후유랑 하자.
「치후유, 어땠어?」
「재미있었슴다. 범인의 트릭도 교묘하고 흥미로워서」
「그치」
「답이 나왔을 때 그 잔가시가 빠진 것 같은 상쾌함이 잊혀지지 않슴다」
「추리 드라마는 거기가 좋지」
역시, 드라마는 재밌었다. 게다가 평일 매일 자꾸자꾸 갱신해 주니까 재방송은 이득감이 굉장하네. 평범하게 방송하고 있는 드라마보다 약간의 특별감도 있다.
뭐, 그런 것보다 좀 더 특별감이 있는 게 치후유와 감상을 서로 말할 수 있었다는 거지만.
좋아, 다음에는 치나츠와 치아키와 감상을 서로 이야기하자. 지금은 아직 둘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조금 대기.
「하아, 그 여배우의 아름다움도 매력 중 하나지」
「그렇군, 확실히 그 여배우는 귀여워」
「귀엽다는 것보다 아름답다는 느낌이라고 생각하지만……뭐, 여기 방에도 그녀와 막상막하의 미인이 있지」
「……누구 얘기 하는거야?」
「어머어머 치아키, 눈이 더러워져 있는 게 아닐까? 봐, 여기야, 여기」
「……어디?」
「여기야. 여기」
치나츠가 자신을 가리킨다. 확실히 치나츠는 소년 주간 만화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의 미인이지만, 치아키는 아직 그것을 모르는 것 같다.
「……에? 순수하게 어디?」
「여기야!!」
「……」
치아키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치나츠의 뒤를 본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장소가 치나츠 너머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어이, 이봐. 일부러지?」
「에?」
「에? 가 아니야. 이건 벌코스네」
치나츠는 치아키의 뒤로 돌아가 억누르면서, 옆구리를 간질이기 시작한다. 예쁘고 아름다운 손가락을 매끄럽게 산 거미처럼 움직인다.
「자자、」
「아, 잠, 그만, 둬, 그거, 안되는 녀석. 크크크, 아하하, 자, 잠깐 치나츠」
「자, 미안해요 말하면 1분으로 끝내주겠지만」
「미, 미안해요. 일부러 하고 있었습니다아! 아하, 그러니, 까, 그, 그만둬어, 앙돼, 거기이, 크크, 아히히」
바동바동 손발을 움직이며, 웃음이 멈추지 않는 치아키. 꼭 나도 체험해 보고 싶다.
「하루 언니, 뭔가 이상한 일 생각하지 않슴까……?」
「전혀 생각하지 않아. 나도 체험하고 싶다던가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
「아니, 마음껏 생각하고 있지 않슴까……」
「아니아니, 생각하지 않아」
눈의 복이구나 라고 그저 생각한다.
「역시 일부러잖아!」
「미, 미안ー」
상냥한 치나츠는 그로부터 1분이 아니라 10초 정도로 간질임을 끝냈다. 저거, 나도 장난치면 해 줄까……전처럼.
「하아하아, 망할 나츠 임마! 용사하지 않아 이 자식!」
「네? 불렀어?」
「아휴!」
치나츠는 치아키의 목 언저리를 손가락 끝으로 조금 접한다. 그것만으로 치아키는 소리를 냈다.
「간질인 뒤에 네 몸이 민감해지는건 알고 있다고, 자자, 쓱쓱」
「우우우, 이제 그만둬! 오늘은 내 패배로 좋으니까!」
「그럼 좋아!」
도대체 어느새 그런 승부가 되어 있었던걸까. 그렇지만, 뭔가 사이 좋은 점이니까 문제 없지.
「매법 생각하지만 나츠 언니는……너무 하는게……」
「어라? 이것도 꽤 자제하고 있어」
「에에? 그런검까……? ……역시 나츠 언니는 초S……」
「응? 뭔가 말했어?」
「아니요, 아무것도」
「그래……후유도 간지럽혀 줄까? 전처럼?」
「아, 아니, 그건 용서임다!」
「사양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전에는 기뻐하고 있었잖아」
「……그런 시기 없어요……아니, 정말로 조금 있던 거네요……」
치나츠가 간지럽히는 걸 처음으로 한 건 추운 겨울 날이었지. 좁고 낡은 방에서 재미있는 일 없이 한가한 그런 때, 문득 생각난 것처럼 그걸 하기 시작했다.
외롭고, 춥다. 그런 슬픈 감정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아마지만, 그건 노리고 한 거겠지. 나도 당하고, 치아키도 치후유도 당하고 되갚기도 했다. 그 때의 일은 잊지 않는다.
배에서 힘이 빠지고 땀을 흘려 몸이 따뜻해졌다.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마음이 따뜻했다.
뭔가, 그립네. 지금은 그 기쁨도 희미해져 버릴 정도로 행복하지만
「치나츠, 나한테 해」
여기 간지럽혔으면 좋겠다.
「에에? 하루는 조금……」
「어째서? 언니한테 해줘」
「하루는, 그, 내가 기대하는 느낌이 아닌걸……뭔가, 리액션 얇다고 할까」
「아하하는! 이걸로 어때? 이 정도로 웃을게?」
「으, 으ー응……캐릭터 무너지고 있고, 이번에는 그만둘게……」
「그, 그런, 언니와 여동생의 소중한 커뮤니케이션인데……」
「그, 그렇게 낙담해? 아, 알았어, 조금이니까?」
「부디」
「……낙담한 척 한거구나」
치나츠가 감쪽같이 속았다는 표정으로 내 옆구리를 간질인다. 후후후, 언니는 강한거야. 치나츠.
「뭔가, 그립고 기쁘네」
「이게?」
「그래, 이게」
「흐ー응……」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그녀는 곧바로 간지럼을 멈췄다. 얼마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그립고 기뻤다. 그렇지만, 그 때만큼의 행복은 아니었다.
――심한 환경에서는 그 순간이 반짝였던 것이다.
매운 것을 먹은 뒤에 달콤한 것을 먹으면 그 달콤함이 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달콤한 것을 먹은 뒤에 달콤한 것을 먹어도 달콤하지만, 전자에는 뒤떨어진다.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재인식했다. 당연해져 있는 이 일상에 다시 한 번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오빠에게 감사하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있다. 집의 셔터를 닫지 않으면, 최근 내가 기억한 이 집의 일을 빈틈없이 해 나간다. 굉장한 일은 없지만서도..
이것저것 하고 있으면 집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빠가 돌아온 것이다.
「카이토! 어서와! 열 내려서 다행이야!」
「다녀왔어, 치아키 덕분이야」
「에헤헤, 그런가 그런가, 내 덕분인가!」
「아아, 그리고 모두의 덕분이야」
「그렇네! 치하루도 치나츠도 치후유도 걱정하고 있었으니 그 마음이 전해진거구나!」
「좋은 말 하잖아. 바로 그 말대로다」
「카이토 씨 어서오세요임다」
「다녀왔어 치후유」
「오빠 어서와」
「다녀왔어 치하루」
치아키 좋은 말 하는구나, 시인이 될 수 있겠네 이건. 치아키와 나와 치후유가 어서와라고 순조롭게 말하는 가운데 치나츠는 능숙하게 말로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다녀왔어, 치나츠」
「어, 어서오세요……」
그다지 능숙하게는 말할 수 없지만 치나츠도 어서와라고 말한다. 눈을 피해 내 등에 숨어 있지만 거리는 현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카이토, 정월이야. 떡 먹고 싶어!」
「그렇네, 섣달 그뭄날 먹자. 하지만, 그 전에 첫 참배야. 일찍 일어나 않으면 꽤 혼잡해 질테니까. 돌아와서 자리잡으면 먹자」
「오오ー, 좋네!」
「무슨 맛 먹고 싶어?」
「나는 전부다」
「좋아, 가능한 한 준비할게」
「오오ー! 최고!」
……치아키, 거리 너무 가깝지 않아? 좋은 일이지만 말야……응, 좋은 일이지만 말이지.
「카이토 봐! 이 숙제의 산 끝냈어!」
「굉장하네」
「대답하고 보지 마!」
「더욱더 대단해」
「에헤헤, 훌륭한 내 머리 쓰다듬어도 좋다고?」
「에? 괜찮은거야?」
「물론」
「그, 그런가. 너무 그런 접촉은 해도 좋은 건지 고민하고 있었는데……좋아, 쓰다듬을게」
「응」
오빠는 가볍게 오른손을 치아키의 머리 위에 얹었다. 그리고, 살짝 쓰다듬는다.
「숙제 열심히하고 굉장하네, 치아키」
「읏……」
「어라? 뭔가 안 좋았어」
머리를 쓰다듬어진 치아키가 굳어졌다. 그 거동에 오빠가 걱정해서 치아키의 안색을 묻는다.
「으응, 달라. 처음이라 깜짝 놀란 것 뿐……카이토의 손은 크네……따뜻해서 안심돼……」
「그, 그런가? 뭐, 어른이니까 보통일까?」
「좀 더 쓰다듬어」
「아, 아아, 좋아」
머리를 쓰다듬어지는 치아키의 얼굴은 굉장히 기쁜듯했다. 신선한 자매 이외의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애정. 그걸 알고 또 한 걸음 그녀는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빠는 몇 차례 쓰다듬고 이 정도로 좋을까 하는 곳에서 손을 멈춘다.
「아직, 해줘」
「에? 아직이야?」
「아직아직이야」
「오, 오우……조금 부끄러운데……」
오빠 입장에서는 조금 부끄러운 것 같다. 치아키는 오빠의 머리 쓰담쓰담이 꽤 마음에 든 것 같다.
「이제, 괜찮아?」
「아직」
「밥 만들지 않으면 안 돼. 또, 다음에 시켜줘」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오빠는 치아키에게서 손을 떼어 놓는다. 오빠는 쓰다듬고 있던 손을 보고 조금 기뻐했다.
……나도 치아키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졌어. 딱히 오빠한테 대항하고 싶다던지는 아니다.
「치아키, 와」
「응?」
내가 손을 벌리고 이쪽에 오라고 손짓을 한다.
「왜 그래?」
쓰다듬고 싶다는 의사 표시로 손바닥을 보인다. 이걸로 치아키는 알아 줄 것이다.
「오, 알았어. 헤이!」
짝 하고 치아키가 내 손에 하이파이브를 한다. 달라달라 그게,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니라 머리 쓰다듬고 싶다는 거야」
「아, 그쪽인가! 부디부디, 맘대로 하는 게 좋아」
「응, 그러면」
나도 가볍게 치아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만에 쓰다듬었지만 전보다 커진 것 같다. 그 때와는 이제 다르지. 성장하고 있구나 하고 절실히 느낀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모르던 사랑을 알고, 점점 멀여저 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외롭다.
정말로 따로 떨어지게 될 때는 울려나……다른 길을 걸어 갈 때가 올까. 가능하면 쭉 함께가 좋아.
쭉 함께. 네 명이서……으응, 달라. 《《다섯 명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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